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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

광장공포증의 개념과 심리 기전, 공황장애와 다른 점

by 괜찮을지도 2025. 7. 23.

광장공포증의 개념과 심리 기전, 공황장애와 다른 점
광장공포증

 

1. 광장공포증(Agoraphobia)의 개념과 DSM-5 진단 기준


광장공포증은 단순히 '넓은 장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광장공포증은 도움을 받기 힘들거나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의 심한 불안을 중심으로 합니다. DSM-5 기준에 따르면, 다음의 5가지 상황 중에서 2가지 이상의 상황에서 불안이 생길 경우 진단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2) 넓고 열린 공간에 있을 때, (3)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4) 사람들 속에 있거나 줄을 서 있을 때, (5) 혼자 외출할 때. 중요한 것은 이 불안이 특정 상황보다도 그 상황에서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때 즉시 도움을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광장공포증은 종종 공황장애와 함께 나타나며 증상도 비슷하지만 두 질환은 각각 독립적으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환자는 불안한 상황을 피하거나 항상 동반자와 함께 나가려는 행동을 보이며, 이러한 회피 행동은 결국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광장공포증의 심리 기전과 주요 발생 요인


광장공포증은 공황 발작을 겪은 후 그에 대한 두려움이 일반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예상치 못한 공황 발작이 외부 환경에서 일어나고, 이후 환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공황이 올까 두려워 피하게 되게 됩니다. 이는 '공포에 대한 공포'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즉, 특정 자극보다 그 자극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감각 자체가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고전적 조건형성과 회피 학습의 결과로, 불안을 회피하는 행동이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게 되고, 이로 인해 회피행동이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요소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격적 요인으로는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성’이 높거나 신체 감각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사건, 과도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거나 생애 초기 외상 경험 등이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3. 공황장애와의 감별 진단 – 어떤 점이 다른가?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와 헷갈리기 쉽지만, 두 가지 진단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고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한 여러 차례의 공황 발작과 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주요 특징이며,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 상관없이 발작이 일어납니다. 반면, 광장공포증은 공황 발작보다 특정 장소에서 발작이 날 것 같다는 두려움과 회피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공황장애는 신체의 반응에 초점을 두지만, 광장공포증은 환경에 대한 통제 부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두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DSM-5에서도 ‘공황장애가 있는 광장공포증’과 ‘독립적인 광장공포증’으로 나누어 진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치료 방법을 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황 발작이 주가 되면 약물치료와 신체 감각 노출 치료에 집중하고, 광장공포증이 주가 되면 인지 재구성과 장소에 기반한 노출 치료가 우선시 됩니다.


4. 광장공포증의 치료 전략 – 노출 기반 인지행동치료가 중요


광장공포증의 치료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은 인지행동치료(CBT)입니다. 특히 ‘계획된 노출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환자에게 불안을 자극하는 상황에 노출하게 하여, 그 상황에서 실제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공포와 위험 반응 간의 연결이 점점 약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면 호흡이 곤란하다’라는 생각은 반복 노출을 통해 반박될 수 있습니다. 노출 치료는 보통 불안의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처음에는 사진이나 상상으로부터 시작해 실제 장소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도 자동적 사고의 인식, 인지 왜곡의 수정, 안전 행동 줄이기 등의 전략이 함께 진행됩니다. 약물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나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동반된 공황장애가 있을 경우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약물 치료는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심리치료와 함께 시행해야 합니다.


5. 일상 대처 전략 – 회피 행동 줄이고 통제감 회복하기


광장공포증 환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처 전략은 회피 행동을 줄이고 불안한 상황에 점차적으로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 회피하던 버스 정류장에 일정 시간 동안 머무르거나, 가까운 마트에 혼자서 가는 등의 작은 도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는 연습’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매일 불안 일기를 작성하거나,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신체 반응이 발생했는지를 기록하면 불안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챙김 기반 훈련은 불안을 억제하기보다 관찰하고 흘려보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루에 약 5분 정도의 복식 호흡이나 명상으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현재 순간에 머무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외출할 때는 ‘안전 아이템' 없이 도전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항상 가지고 다니던 진정제를 일부러 두지 않거나, 혼자서 외출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환자는 점차 자기 효능감과 통제감을 회복하게 되고, 이는 증상의 자연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