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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현실치료: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통한 자기주도적 변화의 심리학

by 괜찮을지도 2025. 8. 31.

 

현실치료: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통한 자기주도적 변화의 심리학
윌리엄 글래서

 


현실치료는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윌리엄 글래서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심리치료 방법으로, 이 치료법은 인간의 모든 행동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전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내담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도와줍니다.  전통적인 질병 모델이나 외부 요인에 의한 결정론을 거부하며, 인간을 자신의 삶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내부통제 심리학을 지향합니다. 현실치료의 핵심은 과거의 상처나 외부의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원하는 삶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라는 이전의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라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입니다.


1. 윌리엄 글래서의 생애와 현실치료의 시작

1-1. 혁신적인 치료법의 배경

윌리엄 글래서는 1925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배우고, UCLA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50년대 초 정신의학 레지던트 과정에서 해링턴(G. L. Harrington)의 지도 아래 전통적인 정신분석 접근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주류였던 정신분석 치료는 과거를 탐구하고 무의식의 갈등을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글래서는 이런 방법이 실제로 행동의 변화를 잘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베너추라 학교(Ventura School for Girls)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치료하면서, 현재의 행동과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각성을 통해 현실치료 이론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1-2. 이론적 발전 과정

글래서의 현실치료는 3단계로 발전되었습니다. 첫 번째 잉태기(1958-1962)에서는 전통 정신분석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현실과 책임을 중시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인 탄생기(1962-1967)는 글래서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이론을 세우고 1965년에 "Reality Therapy" 를 발간했습니다. 세 번째 단계인 확장기(1967-1977)에는 윌리엄 파워스(William Powers)의 지각통제이론(Perceptual Control Theory)을 통해 인간 행동에 대한 통제이론적 이해를 발전시켰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는 통제이론의 이름을 선택이론(Choice Theory)으로 바꾸고, 인간에 대한 인본주의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확장하였습니다.

 

2. 주요 개념: 기본 욕구와 선택 이론

2-1. 선택이론: 현실치료의 이론적 기초

현실치료의 철학적 바탕이 되는 선택이론의 핵심은 내부통제 심리학(Internal Control Psychology)과 외부통제 심리학(External Control Psychology)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외부통제 심리학은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힘, 폭력, 강압, 처벌 등의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글래서는 이러한 외부통제 방식이 관계를 해치고 고립을 초래하여 모든 정신적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내부통제 심리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타인을 바꾸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자신의 행동과 선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건설적인 접근법입니다. 글래서는 비판, 비난, 불평, 잔소리, 위협, 처벌, 보상과 처벌로 통제하는 일곱 가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지지, 격려, 경청, 수용, 신뢰, 존중, 협상하는 일곱 가지 좋은 습관을 실천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선택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의 행동은 목적이 있는 선택이며, 그 목적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자극-반응 모델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간을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주체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은 내면의 "좋은 세계(Quality World)"에 저장된 욕구, 희망, 가치,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 "좋은 세계"는 각 개인의 독특한 내적 세계로,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식되는 현실과 "좋은 세계" 사이에 차이(gap)가 생기면, 그 차이를 줄이려는 행동이 유도되고 이것은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2-2. 전행동 (Total Behavior)

현실치료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전행동(Total Behavior)는 모든 행동이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입니다. 글래서는 이를 '행동하는 자동차(Behavioral Car)' 로 설명했습니다. 자동차의 4개 바퀴가 모두 움직여야 하듯이, 인간의 행동도 4가지 구성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완전한 행동이 됩니다. 인간 행동의 구성요소는 행동, 사고, 감정, 생리인데  중요한 것은 이 4가지 요소 중 통제 가능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행동과 사고는 비교적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감정과 생리는 간접적으로만 통제가 가능한 영역입니다. 따라서 전행동 개념의 치료적 의미는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다른 치료법들이 감정이나 과거의 상처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현실치료는 현재의 활동과 사고를 변화시킴으로써 전체적인 행동 변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관점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우울하다"로 전환시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2-3. 기본 욕구: 인간의 5가지 기본 욕구

글래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섯 가지의 기본 욕구를 가지며, 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욕구는 모두에게 공통적이지만, 각 욕구의 중요도과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첫 번째, 생존 욕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신체의 생명을 유지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욕구입니다. 이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에서 생리적 욕구 및 안전 욕구와 관련되며, 나머지 욕구들보다 먼저 충족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욕구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로 다른 사람과의 연대와 사랑, 우정, 돌봄, 관심, 가족애와 소속감을 포함합니다. 글래서는 이러한 욕구를 인간관계의 본질로 보았으며 많은 심리적인 문제들이 대인관계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세 번째 욕구는 힘의 욕구로 성취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자존감 및 경쟁심 등을 말합니다. 이는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얻으려는 건강한 자기 실현의 욕구를 의미하며, 성취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느끼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네 번째, 자유의 욕구는 선택의 자유와 자율성을 추구하는 욕구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글래서는 빅터 프랭클의 예를 통해, 외부의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마음의 자유는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섯 번째, 즐거움의 욕구입니다. 배우고, 놀고, 웃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입로 글래서는 즐거움을 학습과 성장의 원동력으로 보았으며 특히 아동 발달에서 놀이를 통한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다섯 가지 기본 욕구들은 자기 내면의 '사진첩'에 이상적인 욕구 충족 상태로 그려 넣어지고, 현실과 사진첩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불만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실치료는 이런 불일치를 줄이고, 내담자가 책임감 있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3. 현실치료의 목표: 3R

현실치료의 철학적 기초인 3R 원칙은 현실치료의 핵심가치이며 목표입니다. 첫 번째 현실(Reality)은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현재의 선택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실치료에서는 과거에 대한 문제가 현재에 대한 변명을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현재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두 번째 책임(Responsibility)은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글래서는 "정신병리란 진단 자체가 무책임한 명칭이라고" 비판하며, 모든 심리적 문제를 책임 있는 선택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세 번째 옳고 그름(Right & Wrong)은 기본 욕구를 충족해나가는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 없며, 일관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대적인 가치관을 거부할 수 있고, 건설적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이습니다. 즉, 현실치료의 상담 목표는 내담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증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성숙한 존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4. 상담과정: WDEP 모델

현실치료의 실제적인 방법은 WDEP 모델을 통한 체계적인 절차를 가집니다.  이는 Want(욕구), Do(행동), Evaluate(평가), Plan(계획)의 네 단계로 구성된 순환 과정으로, 내담자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적 틀입니다.
W - Want(욕구 탐색)는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는 단계입니다. 상담자는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내담자의 "좋은 세계"를 찾아내고,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구체적인 원트를 찾아냅니다. 
D - Do(행동 탐색)는 내담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단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What are you doing? "이라는 질문의 모든 단어가 가진 의미입니다. What은 구체적인 행동을, are는 현재 진행형을, you는 내담자가 조정할 수 있는 행동을, doing은 전행동 중 행동 요소에 주목합니다.
E - Evaluate(평가)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로, 내담자가 실제로 하고 있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합니다.다. "당신의 행동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되나요? ", "지금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까? ", "그 행동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나요, 해롭습니까? " 등과 같은 질문으로 자기평가를 촉진합니다.
P - Plan(계획 수립)은 이전 단계의 평가를 통해서 새로운 계획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행동 계획으로 세우는 단계입니다. 효과적인 계획은 SAMI²C³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간단(Simpler), 달성 가능(Achievable), 측정 가능(Measurable), 즉시 실행(Immediate), 참여(Involved), 조정 가능(Controlled), 전념(Committed), 일관성(Consistent), 지속 가능(Continuous)입니다.

 

현실치료: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통한 자기주도적 변화의 심리학
WDEP 시스템 순환 프로세스

 

5. 결론: 서낵과 책임을 통한 자기주도적 삶

현실치료는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심리치료 분야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이 접근법의 가장 큰 가치는 인간 자체를 선택과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동적 주체로 바라보고  성장 가능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래서의 현실치료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불안에 갇히지 않으며, 현재 이 순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 실용적인 지혜를 제공합니다. WDEP 시스템이라는 체계적 도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배워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접근법의 큰 장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치료가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인 "당신은 선택할 자유가 있고, 그 선택으로 원하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이는 외부 환경이나 타인을 탓하며 무기력해지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이습니다. 글래서가 말했듯이, "우리는 자신의 배의 선장"입니다. 바람이나 해류를 제어할 수는 없지만, 배의 방향을 잡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현실치료는 바로 이 방향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이고 희망적인 심리학입니다.